스쿼시 입문 — 라켓·코트 규칙과 초보 체력 만들기

사방이 벽으로 막힌 하얀 방에 두 사람이 함께 들어가고 문이 닫힙니다. 네트도 없고, 상대와 나를 가르는 선도 없습니다. 같은 공간에 서서 같은 벽을 향해 번갈아 공을 칩니다. 다른 라켓 종목을 해 본 사람도 스쿼시 코트에 처음 들어가면 어색해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테니스와 탁구가 '상대 쪽으로' 치는 운동이라면, 스쿼시는 '앞벽으로' 치는 운동이거든요.
익숙해지는 데 오래 걸리지도 않습니다. 규칙 세 가지만 알면 첫날부터 랠리가 이어지고, 30분만 뛰어도 땀이 흠뻑 납니다.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스쿼시가 처음으로 정식 종목에 이름을 올리면서 관심도 늘고 있고요. 실내 종목이라 늦여름 더위나 겨울 추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지금 시작하기 좋은 이유입니다.
코트에서 벌어지는 일
국제 규격 단식 코트는 길이 9.75m, 너비 6.4m입니다. 학교 교실보다 조금 큰 정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 좁은 공간에서 두 사람이 같이 움직이니 규칙 대부분이 안전과 관련돼 있습니다.
바닥에는 T자 모양 선이 그어져 있는데, 이 교차점을 흔히 'T존'이라고 부릅니다. 스쿼시의 기본 전략은 단순합니다. 공을 치고 나면 T존으로 돌아온다. 코트의 어느 구석으로 공이 가더라도 가장 빨리 닿을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초보와 경험자의 가장 큰 차이도 실력보다 이 복귀 습관에서 갈립니다. 치고 나서 그 자리에 서 있으면 다음 공을 못 받고, 그러다 무리하게 뛰다 부딪힙니다.
앞벽 아래쪽에는 금속판이 붙어 있습니다. '틴'이라고 부르는데, 여기를 맞히면 실점입니다. 치면 '탕' 하는 소리가 나서 심판이 없어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앞벽 맨 위 아웃라인 위로 넘어가도 아웃입니다. 결국 유효 타구란 틴 위, 아웃라인 아래 구간을 맞히는 공입니다.

규칙은 세 가지만 알면 됩니다
하나, 공은 바닥에 두 번 튀기 전에 앞벽에 닿아야 합니다. 옆벽이나 뒷벽을 먼저 거쳐 가도 괜찮습니다. 어떤 경로든 결국 앞벽에 닿기만 하면 유효합니다. 초보에게는 이게 오히려 유리합니다. 벽을 이용하면 공을 살릴 방법이 많아지니까요.
둘, 서브는 서비스 박스에서 시작합니다. 한 발을 서비스 박스 안에 두고 앞벽의 서비스 라인 위쪽을 맞힌 뒤, 공이 반대편 뒤쪽 구역에 떨어지게 하면 됩니다. 처음에는 세게 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높고 느리게 띄워 반대쪽 뒤 코너로 보내는 서브가 가장 받기 까다롭습니다.
셋, 상대의 길을 막으면 안 됩니다. 같은 공간에 둘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생기는 상황입니다. 공을 치고 나서 상대가 공으로 갈 길을 비켜 주지 않으면 '렛' 또는 '스트로크'가 선언됩니다. 렛은 그 랠리를 무효로 하고 다시 서브하는 것이고, 스트로크는 방해한 쪽이 점수를 잃는 것입니다. 동호회에서는 애매하면 대체로 렛으로 처리하고 다시 칩니다. 무리해서 억지로 치려다 라켓에 맞는 것보다 그편이 훨씬 낫습니다.

점수 방식
| 항목 | 내용 |
|---|---|
| 득점 | 랠리마다 이긴 쪽이 1점(랠리 포인트) |
| 한 게임 | 11점 선취, 10-10이면 2점 차까지 |
| 경기 | 5게임 3선승(공식) 또는 3게임 2선승(동호회) |
| 서브권 | 랠리를 이긴 쪽이 다음 서브 |
예전에는 서브권을 가진 쪽만 점수를 낼 수 있는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서브권과 관계없이 랠리를 이기면 점수가 올라갑니다. 그래서 경기가 빨리 끝나고 초보끼리 쳐도 점수가 잘 납니다.
첫 장비 — 무엇을 얼마나 사야 하나
처음부터 다 살 필요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스쿼시장에서 라켓을 빌려주니, 서너 번 쳐 보고 계속할 마음이 들 때 사도 늦지 않습니다.
| 장비 | 초보 기준 | 참고 |
|---|---|---|
| 라켓 | 130~145g대 | 가벼운 라켓은 상급자용, 초보는 조금 무거운 쪽이 안정적 |
| 공 | 파란 점 또는 빨간 점 | 잘 튀어서 랠리가 이어짐 |
| 신발 | 실내 코트화(논마킹) | 러닝화는 옆 움직임에 취약 |
| 보호안경 | 처음부터 착용 권장 | 눈 부상 예방의 유일한 수단 |
| 복장 | 통기 잘 되는 반팔·반바지 | 땀이 많이 나므로 여벌 필수 |
보호안경 얘기는 조금 더 하겠습니다. 스쿼시 공은 작고 빠르며,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 있습니다. 라켓이 오가는 반경도 좁습니다. 눈을 다치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주니어 경기는 보호안경 착용을 의무로 두고 있습니다. 성인 동호인 사이에서는 안 쓰는 경우가 많지만, 초보일수록 시선 처리와 거리 감각이 서툴러 위험이 더 큽니다. 만 원대부터 있으니 첫 장비 목록에 넣어 두세요.

공에 붙은 점 색깔을 반드시 확인하세요
첫날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를 가르는 것은 라켓이 아니라 공입니다. 스쿼시 공은 표면에 찍힌 점 색으로 반발력을 구분합니다.
| 점 색 | 반발력 | 대상 |
|---|---|---|
| 노란 점 2개 | 가장 낮음 | 경기·상급자용 |
| 노란 점 1개 | 낮음 | 중급자용 |
| 빨간 점 | 높음 | 초보·연습용 |
| 파란 점 | 가장 높음 | 입문자용 |
경기용인 더블 옐로 공은 충분히 데워지기 전까지 거의 튀지 않습니다. 초보 둘이 이 공으로 치면 공이 바닥에 붙어 버려서 랠리가 두세 번 만에 끊깁니다. "나는 운동 신경이 없나 보다" 하고 접는 사람 중 상당수가 사실은 공을 잘못 고른 경우입니다. 처음에는 파란 점이나 빨간 점 공으로 시작해 랠리를 길게 이어 가며 감각을 익히고, 스윙이 안정되면 단계를 올리면 됩니다.
첫 달 연습은 이 순서로
혼자 코트에 들어가도 할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오히려 초반에는 혼자 연습이 더 빨리 늡니다.
1주차에는 앞벽 치기만 반복합니다. 코트 중앙에 서서 앞벽 중간 높이를 향해 계속 치는 겁니다. 세게 칠 필요 없이 같은 지점에 계속 보내는 게 목표입니다. 2주차에는 옆벽을 따라 길게 보내는 '드라이브'를 연습합니다. 벽을 따라 붙어 가는 공은 상대가 라켓을 넣기 어려워 실전에서 가장 많이 쓰는 공입니다.
3주차부터는 T존 복귀를 붙입니다. 한 번 치고 T로, 또 치고 T로 돌아오는 움직임을 몸에 넣는 단계입니다. 발이 먼저 익어야 나중에 스윙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4주차에는 앞뒤로 공을 보내며 코트 전체를 쓰는 연습을 합니다. 이 정도만 되면 동호회 랠리에 무리 없이 낄 수 있습니다.
라켓을 잡을 때 손잡이를 꽉 쥐지 않는 것도 초반에 잡아야 할 습관입니다. 힘을 주면 손목이 굳어 공이 뜨고, 팔꿈치에 부담이 갑니다. 계란을 쥔 정도로 가볍게 잡고 임팩트 순간에만 살짝 조이는 감각이 맞습니다.

체력은 이렇게 만듭니다
스쿼시는 짧은 시간에 심박수가 크게 오르는 운동입니다. 체중과 강도에 따라 다르지만 중간 강도로 한 시간 치면 대략 450kcal 안팎, 강하게 몰아치면 700kcal를 넘기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 강도가 초보에게 그대로 온다는 점입니다. 첫날 30분에 다리가 풀리는 게 정상입니다.
| 주차 | 코트 | 코트 밖 |
|---|---|---|
| 1~2주 | 20~30분, 주 2회 | 가벼운 걷기·스트레칭 |
| 3~4주 | 40분, 주 2~3회 | 계단 오르기, 사이드 스텝 |
| 5~8주 | 게임 포함 1시간 | 인터벌 달리기, 스쿼트·런지 |
특히 도움이 되는 건 옆으로 움직이는 훈련입니다. 스쿼시는 앞뒤보다 좌우와 대각선 이동이 많은데, 평소 달리기만 한 사람은 이 방향 근육이 준비돼 있지 않습니다. 사이드 스텝과 런지를 코트 밖에서 미리 해 두면 첫 달 근육통이 크게 줄어듭니다.
몸 풀기를 건너뛰지 마세요. 좁은 코트에서 갑자기 방향을 바꾸는 동작이 반복되기 때문에 아킬레스건과 종아리, 무릎에 부담이 큽니다. 시작 전 10분은 가볍게 뛰면서 발목과 고관절을 충분히 돌리고, 끝난 뒤에는 종아리와 허벅지 뒤쪽을 늘려 주는 것이 좋습니다.
코트 찾기와 첫날 에티켓
스쿼시장은 테니스장만큼 흔하지 않아 검색이 먼저입니다. 지역 체육센터와 국민체육센터, 대학 체육관, 대형 피트니스 클럽 안에 코트를 갖춘 곳이 있습니다. 지도 앱에서 '스쿼시'로 검색한 뒤 시간당 대관료와 강습 프로그램을 확인해 보세요. 대부분 코트 단위로 예약하고, 라켓과 공은 대여가 됩니다.
혼자 시작한다면 강습을 한 달만 받아 보길 권합니다. 스쿼시는 벽이 있어서 잘못된 스윙으로도 공이 어떻게든 돌아옵니다. 그래서 혼자 익히면 이상한 폼이 굳기 쉽고, 나중에 고치는 데 더 오래 걸립니다.
코트 안 예절도 몇 가지 있습니다. 상대가 칠 자리를 비켜 주기, 공을 칠 때 상대가 라켓 반경 안에 있으면 스윙을 멈추기, 랠리가 끝나고 공을 상대에게 굴려 주기 정도입니다. 특히 두 번째가 중요합니다. 억지로 치다가 라켓으로 상대를 맞히는 사고가 초보 코트에서 가장 흔합니다. 점수 한 점보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첫 달에 가장 흔한 실수 네 가지
- 공을 세게만 칩니다. 스쿼시에서 강한 공은 벽을 맞고 그대로 상대 앞으로 돌아옵니다. 세기보다 어디로 보내느냐가 중요합니다. 옆벽을 따라 뒤쪽 코너로 보내는 느린 공이 정면으로 오는 강한 공보다 훨씬 까다롭습니다.
- 친 자리에 그대로 서 있습니다. 앞서 말한 T존 복귀가 안 되면 다음 공은 못 받습니다. 잘 쳤다 싶을수록 바로 중앙으로 돌아오세요.
- 뒤 코너 공을 포기합니다. 뒷벽 가까이 온 공은 살릴 방법이 있습니다. 벽을 등지고 서지 말고 옆으로 비켜 서서 공이 뒷벽에 맞고 튀어나오는 순간을 노리면 됩니다.
- 몸을 세우고 칩니다. 무릎을 굽히지 않으면 낮은 공에 손이 닿지 않습니다. 자세를 낮추는 것만으로 받을 수 있는 공이 눈에 띄게 늘어납니다.

다른 라켓 종목을 해 봤다면
테니스나 배드민턴 경험자는 시작이 빠른 대신 초반에 헤매는 지점이 따로 있습니다.
테니스를 친 사람은 스윙이 큽니다. 스쿼시 코트는 좁고 옆에 사람이 있어서 큰 스윙이 그대로 위험이 됩니다. 팔 전체로 휘두르기보다 손목과 팔뚝을 써서 짧게 끊어 치는 감각으로 바꿔야 합니다. 반대로 배드민턴을 친 사람은 손목은 잘 쓰는데 공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려는 습관이 남습니다. 스쿼시 공은 셔틀콕과 달리 무겁고 아래로 떨어지므로, 낮은 자세에서 무릎을 굽히고 아래에서 받쳐 올리는 타법이 필요합니다.
탁구 경험자는 공을 몸 가까이 두고 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스쿼시는 몸에서 한 발 떨어진 지점에서 쳐야 팔이 펴지고 힘이 실립니다. 어느 쪽이든 첫 2주만 의식하면 금방 넘어갑니다.
비용은 얼마나 들까
시작 부담이 큰 운동은 아닙니다. 다만 코트 대관이 있어 매달 고정비가 생깁니다.
| 항목 | 대략 | 비고 |
|---|---|---|
| 코트 대관 | 시간당 1~2만 원대 | 지역·시설에 따라 차이 큼 |
| 강습 | 월 10~20만 원대 | 개인·그룹에 따라 다름 |
| 입문 라켓 | 5~10만 원대 | 처음엔 대여로 충분 |
| 공 | 개당 5천 원 안팎 | 몇 달은 씀 |
| 보호안경 | 1~3만 원대 | 소모품 아님 |
정확한 금액은 시설마다 다르니 방문 전에 전화나 홈페이지로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공공 체육센터는 민간 시설보다 저렴한 대신 예약 경쟁이 있고, 강습이 분기 단위로 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리하며
시작에 필요한 건 결국 세 가지입니다. 잘 튀는 공, 발에 맞는 실내화, 그리고 T존으로 돌아오는 습관. 라켓은 빌려도 되고 폼은 나중에 다듬으면 됩니다.
날씨와 상관없이 실내에서 30분에 끝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스쿼시는 한번 자리 잡으면 오래 가는 운동입니다. 이번 주에 근처 코트 한 곳만 검색해 보세요. 첫 랠리가 열 번만 이어져도 다음 주에 또 가고 싶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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